[축구]박지성, 올림픽팀 '굴러든 호박'…호주대회 샛별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57분


‘나이 18세. 청소년대표팀(19세 이하) 교체 멤버’.

수비형 미드필더 박지성(19·명지대)이 지난해 3월26일 처음 올림픽축구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주위에서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m75, 70kg으로 왜소한 체격인데다 지구력이 대단하다는 점 외에 별달리 눈에 띄는 점도 없었다. 더구나 나이가 어려 경험마저 부족했다. 그러나 9개월여가 지난 현재 당시 올림픽팀에 보강됐던 7명의 선수중 남은 선수는 박지성 하나 뿐이다.

“90분 내내 쉼없이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상대 공격을 일선에서 저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비마다 재치있는 패스로 팀공격의 물꼬를 튼다.” 허정무 대표팀감독이 말하는 박지성 예찬론이다.

박지성은 왼쪽 윙백 이영표와 함께 한국올림픽축구팀이 낳은 최고의 ‘깜짝스타’.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기관차같은 체력 외에 잠재된 장점이 하나씩 빛을 발해 이제는 주전 미드필더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15일 끝난 호주 4개국친선축구대회는 만개한 그의 기량을 증명한 무대. 세경기 내내 전후좌우를 헤집는 수비 커버플레이로 한국의 위기를 수차례 넘겼고 9일 이집트전에서는 이영표가 교체돼 나간후 ‘터줏대감’ 못지않은 기량으로 왼쪽 윙백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12일 나이지리아전과 15일 호주전에서는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잇달아 가장 위협적인 첫 슛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두경기 연속 날카로운 패스로 이동국과 설기현의 선취골을 합작해냈다.

허감독은 “지성이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능숙하게 경기를 풀어간다”며 “수비형 미드필더이면서도 순식간에 문전까지 치고 들어가는 공격력까지 갖춰 상대 수비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운다”고 말한다.

주장 김도균도 “지성이와 함께 뛰면 플레이가 편해진다. 적재적소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다 곧바로 역습 찬스를 만들어 상대 공격이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없게 한다”고 그를 평가한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열심히 하다보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애들레이드=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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