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전세계 證市 동반폭락…'조정국면' 접어 들었나

  • 입력 2000년 1월 7일 08시 38분


밀레니엄 첫해 사흘째 장인 6일 투자자들도,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할 말을 잃었다. 작년말 ‘새천년 상승장’을 낙관하던 분위기는 이틀간 100포인트 폭락 여파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가운데 ‘조정 불가피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증권분석가들은 “미국에서 촉발된 증시폭락양상이 전세계 증시로 확산되고 있어 국내 증시도 당분간 조정국면이 불가피하다”며 9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투매성 팔자주문이 쏟아지면서 지수가 급락하다가 장 마감 무렵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따라서 매수보다는 당분간 관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하락종목 645개 달해▼

▽무차별적인 하락양상〓SK텔레콤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주식들이 소폭 반등세를 유지한 가운데 대부분의 주식들은 동반약세를 면치못하는 장세가 펼쳐졌다. 투신사와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속에 현대자동차 동아제약 국민은행 등 전날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도 모두 하락세로 반전했다. 하락종목수가 무려 645개에 달하면서 증권사 객장 시세판은 온통 파란색(하락)으로 물들기도.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주도주들이 급락하는 상황에선 주변주들의 상승탄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주도주의 반등이 확인되지 않는 한 당분간 동반하락하거나 횡보하는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주'투자 위험 확인▼

▽성장주 신화의 붕괴인가〓작년말 상승장의 주도주로 부각된 정보통신주들은 이른바 ‘미래 성장주’의 주역들. 기업 내재가치보다 측정이 불가능한 향후 성장성이라는 테마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폭등은 성장성투자의 극치를 이뤘다.

문제는 주식시장의 최근 폭락사태가 정보통신주 및 인터넷 관련주들의 급락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즉 얼마까지 상승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락할 때도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지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무한정 상승할 것만 같던 정보통신주들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성장주 투자의 위험성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기관들 이익실현 나서▼

▽코스닥〓코스닥시장은 이날 인터넷 관련 종목 등에서 투매물량이 쏟아지며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코스닥종합지수는 오후장 한때 전날보다 23.30포인트 빠진 239.65까지 내려가 사상최대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마감 무렵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 주문이 나오며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의 황제주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시가총액 최고규모 종목인 한통프리텔이 3일, 새롬기술이 2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신규등록 고가주들이 약세를 보였다.증권업계에서는 올들어 통신관련주 거품논쟁이 재연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물량을 내놓으며 이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美증시 반등여부 촉각▼

▽미국증시의 향배에 달려〓전세계 증시의 동반폭락 양상이 미국증시의 추락에서 비롯된만큼 반등의 모멘텀도 미국증시에서 찾아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당장 현실화된 인플레이션을 잡자는 것이 아니라 하드랜딩(과열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자는 의도인 이상 4일과 같은 폭락양상은 펼쳐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금리인상폭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미 증시의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들이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미 다우지수가 고점대비 10% 가량 하락한 10300선이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본격적인 미국증시의 반등여부는 작년 4.4분기 기업실적이 발표되는 이달 20일 이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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