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 대인관계 클리닉]가족간 분란…명절마다 괴로워

  • 입력 2000년 1월 7일 07시 12분


▼ 문 ▼

30대 초반의 직장인입니다. 명절 때가 되어 가족들이 모이면 꼭 분란이 일어납니다. 장남으로서 책임감만 많고 누리는 것은 없다고 불평하는 형님 내외, 자식들을 위해 희생했으니 노후를 보장하라는 부모님, 불평 불만만 많은 동생들을 만나고 올라오면 속에서 울화가 치밉니다. 다시는 안보고 싶다는 마음과 그 마음의 무게만큼 죄책감이 들어 괴롭습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 답 ▼

우리는 흔히 가족이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혹은 이런저런 불평을 터뜨려도 다 이해해 주리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실망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사실은 가족 관계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인간관계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가족관계를 가장 쉽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 생각하니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요. 가족관계를 어렵게 하는 이유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가족이란 서로 성별 나이 성격 등이 다른 사람들이 동시에 해결되기를 원하는 욕구를 가진 집단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성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감정에 치우칩니다. 모든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맨 얼굴로 만나는 유일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랑이란 이름 아래 가장 많은 기대와 환상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도 관계를 어렵게 만듭니다. 기대와 환상이 크면 그 만큼 분노와 실망이 크게 마련인데 가족관계에선 너무도 쉽게 그것을 상대방 탓으로 돌려 원망하고 불평합니다. 그리고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합니다. 가족 사이의 문제를 푸는 첫번째 열쇠는 서로의 관계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가족 사이야말로 서로의 요구를 절충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이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양창순 <신경정신과 원장>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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