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족구왕' 이찬호 삼성전자대리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대한민국 족구왕’ 삼성전자 냉공조사업부 에어콘제조부 이찬호대리(37).

그가 몸을 돌리며 공중에 뜬 볼을 상대 코트 빈 곳에 발로 내리 찍는 모습은 전설의 권투왕 무하마드 알리가 내뻗는 주먹을 연상케 한다.

족구 하면 병영이나 캠퍼스 빈터, 야유회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씨에게 족구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훌륭한 스포츠이자 인생 그 자체.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지요.”

삼성전자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씨가 지금까지 차지한 각종 대회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만 20개. 10여년 족구 경력에서 전국대회만 30차례 우승했고 결승에서 상대에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씨가 처음 족구를 접한 것은 89년 삼성그룹 내 체육대회에 나갈 회사대표선수로 뽑혀 합숙 훈련을 하면서부터. 그전엔 군에서조차 족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태권도와 축구를 배웠던 그는 이내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배구선수 출신 감독을 초빙, 각종 전술을 배웠지요. 첫 경기를 하고난 후 느꼈던 짜릿한 전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재미도 재미지만 복잡했던 머리가 시원하게 맑아졌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후로는 점심시간만 되면 쏜살같이 튀어나가 전자단지 내 도로를 막고 동료들과 한차례 땀을 흘려야 직성이 풀렸다. 하루라도 족구를 거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씨는 “족구는 중독성이 강하다”고 말한다.

포지션이 주공격수인 이씨는 이제 웬만한 선수 4,5명과 홀로 붙어도 가볍게 이긴다. 때문에 사내 야유회에서는 선수로 뛰지 못하고 심판만 보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가정에 소홀하다고 아내 양정숙씨로부터 바가지도 많이 긁혔지만 지난해에는 족구 덕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했다. 기업 홍보에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

이씨는 새 천년 전국의 직장인들에게 당부한다. “점심시간만이라도 회사 내 공터에서 족구를 즐겨보세요. 인생이 확 달라질 겁니다.”

▼족구는 언제부터…▼

전국 700만 동호인을 확보하고 있는 족구는 우리나라에서 창안한 민족 고유의 경기.

이미 삼국시대부터 짚이나 마른 풀로 공을 만들어 가운데 벽을 쌓고 차넘기기 경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북한문화예술1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출판)

족구가 본격적인 틀을 갖춘 것은 해방 이후 우리 군의 재정비가 어느 정도 진행된 1966년. 당시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제101전투 비행대대 조종사들이 비상대기중 조종복을 입은 채 간편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착안, 배구장에서 족구를 시작했다.

68년 5월엔 이 부대 소속 고 정덕진 대위와 안택순 중위가 경기규칙을 창안해 국방부에 상신,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

족구는 이후 각 군으로 불길처럼 번져나갔고 특히 함상생활 기간이 많은 해군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족구는 전역 장병들을 중심으로 대학가 및 직장의 인기 레포츠로 자리를 잡았고 90년 대한족구협회가 창립되 해마다 직장인팀을 중심으로 각종 전국 대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알면 편한 규칙▼

족구는 ‘발로 하는 배구’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몇가지 중요한 규칙이 있다.

한 팀은 4명으로 구성되며 공식 경기장 규격은 길이 16m, 너비 7m, 네트높이 1.1m, 라인폭 5m. 족구볼은 지름 20.1∼20.7cm, 무게 360∼390g.

전경기 15점3판2승제로 14―14 듀스일 때는 19점이 상한으로 득점팀이 서브한다. 그러나 배구에서와 같은 서비스권 규칙은 없다.

리시브된 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횟수와 선수와의 접촉 횟수는 3회로 제한한다. 선수의 신체 일부가 네트를 넘어가거나 무릎 이하와 머리를 제외한 어깨나 가슴이 볼에 닿으면 실점 처리.

팀원 4명중 앞 줄 오른쪽에 선 선수는 세터, 왼쪽은 공격수이고 뒷줄 두명은 수비수이다.

세터는 상대 서브때 허리 뒤로 숨긴 손가락으로 다양한 작전 지시를 하고 나머지 선수는 정해진 약속에 따라 공격을 한다.

공격은 오픈, 백, 속공, 페인트 등 배구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이 총동원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득점을 결정짓는 공격수의 능력. 타점 높은 발차기와 유연한 허리가 승리를 따내는 원동력이 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문의 대한족구협회 02―2202―5526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