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남북통일대회 표정]출입문 곳곳에 ‘머리조심’

  • 입력 1999년 12월 23일 22시 52분


○…남북혼합경기가 열린 첫날 선수단 입장때 남북 여자팀의 주축인 전주원과 이명화가 손을 잡고 코트에 들어와 관중에 인사하는 등 남북 선수가 하나됨을 과시. 특히 현대남자팀의 가드 조성원(1m80)이 세계최장신 이명훈(2m35)과 함께 들어오자 체육관은 ‘웃음바다’를 이뤘다.

○…정주영 현대명예회장과 송호경 북측단장이 나란히 입장하며 통일농구는 시작.

정명예회장은 다소 힘든 듯 부축을 받아 걸음을 옮겼으나 주위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환한 웃음을 보였으며 다소 긴장한 듯 표정이 굳었던 송단장도 남측인사들과 악수를 나누며 밝은 표정.

○…체육관 곳곳에는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인 이명훈을 배려한 표지판이 붙어 있어 눈길. 출입문과 통로 등 곳곳에 ‘머리조심’이란 표지판이 붙어있었는데 이명훈은 행여 머리를 부딪칠까봐 고개를 숙인 채 구부정한 자세로 드나들었다.

○…골대 뒤 관중석에는 연세대와 고려대 응원단이 마주보고 자리를 잡아 ‘아름다운 강산’‘아리랑’ 등을 부르며 파도타기를 유도하는 등 관중과 호흡을 맞춰 열띤 응원전을 전개.

연세대응원단장 이동연씨는 “남북이 하나되는 ‘통일의 장’에 우리도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실향민인 박기순씨(74)는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북한 선수들을 보며 감회에 젖은 모습. 이북인 강원 통천군 출신으로 54년째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다는 박씨는 “북한 선수들이 서울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남편이 이런 좋은 날도 못 보고 눈을 감아 안타깝다”고 한숨. 이밖에 많은 실향민 노인들이 이날 오전 일찍부터 체육관을 찾아 통일에 대한 열망을 표시.

○…현대측이 전날보다 더 내외신 기자의 취재를 통제해 원성을 샀다. 현대측은 이날 워커힐호텔 2층 뷔페에서 북한선수단의 아침식사 현장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밀쳐냈다.

또 호텔측이 평소와는 달리 동아일보 등 일부 조간신문을 비치하지 않아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았다. 한 호텔관계자는 “현대측에서 일부 신문을 비치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며 “아마도 북측 인사들이 읽고 기분상할 기사가 들어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창·김상훈·김호성기자〉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