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日 코미디언知事의 비극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요즘 ‘코미디언의 비극’이 일본에서 화제다. 유명 코미디언 출신으로 일본 제2의 지방자치단체 오사카부(大阪府)의 지사를 연임하고 있는 요코야먀 놋쿠(橫山ノック·67)의 비극이다.

코미디언 시절에 요코야마는 신랄한 정치풍자와 서민적 언동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 인기가 기성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과 결합돼 지사선거에서 압승했다.그러나 요코야마는 4월 지사 재선 운동 당시 선거운동원으로 고용한 아르바이트 여대생(21)을 승용차 안에서 성희롱한 혐의를 받아 왔다. 여대생은 위자료 1500만엔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요코야마는 여대생을 무고혐의로 맞고소했다.

13일의 판결은 요코야마의 참패였다. 법원은 일본의 성희롱 재판 사상 최고액인 1100만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더구나 재판부는 요코야마의 맞고소를 준엄히 꾸짖었다.

“현직 지사인 권력자가 허위로 여대생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행위는 극히 예가 드문 심각한 범법행위다. 이로 인한 여대생의 정신적 고통은 성희롱 행위 자체보다 더욱 심각하다.”

요코야마의 망신은 재판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14일 업무차 도쿄(東京)의 국회의사당을 찾았다가 취재진이 몰려들자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듯 현장을 겨우 빠져나갔다. 16일에는 오사카부 의회에서 지방의원들의 질책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의원들이 요코야마를 몰아내기 위해 준비한 결의안도 다양하다. ‘문책결의안’ ‘사직권고결의안’ ‘불신임결의안’….

권력과 인기 그 자체가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엄격히 관리하지 않으면 ‘비수’가 돼 본인에게 되돌아온다. 요코야마의 비극은 그것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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