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서울대병원 알레르기치료팀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서울대병원 내과 과장인 김유영교수(54)는 산을 사랑하는 ‘요산인(樂山人)’. 몇 년 동안 미국의 요세미티와 히말라야산맥의 안나푸르나봉 에베레스트산 등 세계의 명산을 연거푸 올랐다.

그는 “올7월 다녀온 몽골의 오트공텡게르산이 가장 눈에 밟힌다”면서 “이 산은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 위에 불쑥 쏟아있는 영산(靈山)”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전문의 과반 배출◇

김교수와 민경업(47) 조상헌(40) 김윤근교수(36) 등이 함께 이끌고 있는 ‘알레르기 치료팀’은 초원 위의 오트공텡게르산처럼 국내 알레르기 치료 및 연구분야에서 ‘우뚝’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료팀은 79년 국내 첫 ‘알레르기 클리닉’을 열었으며 국내 알레르기 전문의 41명 중 절반 이상을 배출했다. 또 99년 ‘국제적 공인 학술지들’(SCI)에 7건의 논문을 게재하는 등 세계에서 인정하는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선진국서 발병률 높아◇

▼알레르기는 선진국병▼

알레르기(Allergy)는 ‘변질된 반응(Altered Reactivity)’이란 뜻. 우리 몸의 항체는 ‘적군’이 들어오면 즉각 공격에 나서는데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관광객’이나 ‘친구’를 공격하는 것이 알레르기다. 몸 안의 ‘아군’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과는 다르다.

알레르기엔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소화기 알레르기 △음식물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곤충 알레르기 등이 있다.

김교수는 ‘알레르기는 선진국병’으로 규정한다. 영국 호주의 경우 전체 어린이 가운데 천식환자가 20%. 그러나 아프리카 알래스카 등엔 환자가 없다. 파푸아뉴기니의 고산지대에선 60년대 환자가 없었지만 80년대 서양인들이 주거환경을 바꿔놓은 뒤 7%에게서 발병했다.

서울대병원 치료팀은 대규모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어린이 천식환자가 80년 5.6%에서 95년 15%로 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선진국일수록 알레르기 발병률이 높은 이유로 실내생활의 증가와 이에 따른 실내흡연, 대기오염 등을 꼽는다.

요즘엔 젖먹이나 어린이의 감염질환 감소가 주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릴적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알레르기질환의 발생을 억제하는 Th1세포가 만들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알레르기질환을 유발하는 Th2세포가 생성되기 때문.

◇실험기기 자체개발◇

▼알레르기의 껍질을 벗기다▼김교수는 “알레르기는 유전적 요인에 환경적 원인이 더해져 일어나는 일종의 환경병”이라고 말한다. 선천적으로 ‘체질’을 타고난 사람이 각종 유발물질에 노출되면 증세가 나타나는 것.

팀은 11번째 염색체의 이상이 알레르기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알아내는 등 천식의 유전적 요인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또 올해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지에 제주도 천식환자의 절반 이상이 잎진드기 때문에 발병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등 잎진드기가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라는 것을 세계최초로 규명했다. 대기오염이 천식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으며 천식의 동물실험을 위해 ‘기도저항 측정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알레르기 환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알레르기 클리닉을 ‘천식 및 알레르기센터’로 바꾸고 △천식 △면역요법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기침 클리닉으로 세분화했다.

“천식은 감기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면 천식으로 여기고 병원에서 진단받는 것이 좋습니다. 급성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로 인해 숨질 수도 있으므로 무심코 넘겨선 안됩니다.”(민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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