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천하장사대회]"골리앗 세상" 김영현 천하호령

  • 입력 1999년 12월 12일 23시 06분


‘모래판의 골리앗’ 김영현(23·LG투자증권)이 금세기를 마감하는 국내 씨름판의 최고봉에 올랐다.

김영현은 12일 인천전문대체육관에서 벌어진 99천하장사 결정전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이태현(현대중공업)을 3―1로 누르고 우승, 지난해에 이어 천하장사 2연패를 달성했다.

김영현은 우승상금 3000만원을 받아 올 상금왕에도 오르며 상금왕 타이틀 역시 2연패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김영현의 ‘전매 특허’는 2m17의 큰 키를 이용한 밀어치기.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밀어치기뿐만 아니라 덧걸이와 잡채기 등 그동안 좀처럼 쓰지 않던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올 하반기를 연승으로 장식, 내년 시즌 ‘독무대’를 예고했다.

예상된 선수끼리의 결승전 격돌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결승 행보는 쉽지 않았다. 1번 시드를 받은 김영현은 준결승에서 황규연(삼익캐피탈)과 접전끝에 2―1로 어렵게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또 2번 시드인 ‘모래판의 지존’ 이태현도 팀 선배인 신봉민과 힘겨운 4강전을 치러야했다.

결승전 첫판은 무승부. 신경전을 벌이던 김영현과 이태현은 제한시간을 넘긴채 두번째 판에 들어갔다.

이태현이 들배지기에 이은 빗장걸이를 성공시켜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다.

그러나 김영현의 반격은 세번째판부터 시작됐다. 밀어치기가 최대무기인 김영현이 의외로 ‘드는 씨름’을 펼쳐 이태현의 의표를 찌른 것. 김영현은 셋째판을 들배지기로 따낸 뒤 네번째 판에서도 이태현을 번쩍 들어올린 뒤 왼덧걸이로 마무리해 2―1로 앞서나갔다.

마지막 다섯번째 판. 심판의 시작 신호와 함께 김영현이 전광석화와도 같은 기습적인 잡채기로 이태현을 뉘었다. 김영현은 포효했고 2년 연속 천하장사 결승에서 김영현에 무릎을 꿇은 이태현은 얼굴을 감싸쥔 채 한동안 모래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인천〓주성원기자〉swon@donga.com

▽최종순위〓①김영현 ②이태현 ③황규연 ④신봉민(현대) ⑤염원준(태백) ⑥윤석찬(현대) ⑦김경수(LG) ⑧박광덕(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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