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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5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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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각료회의 결렬은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예고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라운드 협상이 겉으로는 자유무역주의 실현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강대국 위주의 불공정 무역질서와 초국가적 거대자본의 일방적 시장지배를 강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산품과 농산물의 관세인하에서부터 노동 및 환경과 무역의 연계, 전자상거래, 서비스, 투자에 대한 국제규범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문제를 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한마디로 선진국들이 비교우위를 과시하는 분야로서 그들의 기득이권을 반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애틀 각료회의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수만명의 비정부기구(NGO)회원들의 대규모 시위로 얼룩졌고 급기야는 ‘WTO 타도’ 구호까지 터져나왔다.
WTO 첫 다자간협상이 무산된 것은 WTO체제 자체의 중대한 시련인 동시에 뉴라운드를 전세계의 번영과 자유무역을 위한 원동력으로 만들겠다던 미국과 클린턴대통령에게는 외교적 패배를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개도국들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입장은 더욱 미묘하다. 뉴라운드 출범에 따른 공산품 분야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으며 농산물시장 개방문제까지 ‘발등의 불’이 될 수도 있다.
뉴라운드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확실치 않으나 성탄절 이후 제네바에서 다시 열리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WTO체제가 세계무역의 자유화와 인류의 공동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뉴라운드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번 회담의 결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선 WTO의 기득이권을 극대화하려는 거대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세계화의 촉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국가간 빈부격차 확대, 환경 및 고용파괴, 무차별 개방과 무한개발의 부작용에 눈을 돌려야 한다. WTO운영의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도 급선무일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협상과정을 되돌아 보며 큰 반성을 해야 한다. WTO한국대표단은 근거 없는‘타결 낙관론’에 안주하면서 시종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공산품의 자유교역과 쌀시장 보호라는 농업분야의 특수성을 놓고 얼마만큼 고민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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