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베스트셀러]역설적 제목의 책들 인기

  • 입력 1999년 11월 12일 18시 29분


‘하지 말아라’ ‘보지 말아라’ 하고 금지하는 것이 ‘해라’ ‘봐라’ 하고 등 떠미는 것보다 더 사람들을 유혹하는 법. 이런 역설의 힘은 베스트셀러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과 신분 상승을 꿈꾸는 샐러리맨들이 머리를 싸매고 달려들어도 모자랄 영어공부를 하지 말라거나, 아름다웠던 동화들이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무시무시한 내용이라거나, 짜증나게 만드는 바보들과 멱살잡이를 하기보다는 웃으면서 욕하는 방법도 있다거나….

역설이 잘 통한다는 얘기는 그만큼 정론이 정론으로서 믿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김수환추기경과 법정 원성스님의 수필집이 많이 읽히는 것도 ‘맑은 생각 한 모금’에 사람들이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이 시끄러워질수록 세상 일보다는 나자신으로 관심사가 좁혀지고 있다. 정치사회부문의 책이 단 한권도 베스트셀러에 진입하지 못하고 ‘나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류의 자가 심리치료요법이 인기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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