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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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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단계에선 대우 계열사 워크아웃이 차질없이 진행되면서 수익증권의 대규모 환매(자금인출)사태가 빚어지지 않고 주식 및 자금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범위 안에서 대우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고 투신사 경영이 정상화되며 투자환경이 안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부담을 늘리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정책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번 대책만 하더라도 시장원리에 반하는 요소가 많고 경제에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 우선 기업 및 금융기관의 부실과 투자자 손실을 납세자들이 대신 떠안는 결과가 됐다. 이런 처리방식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진정한 금융 기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무모한 투자가 조장돼 부실의 확산과 시장불안의 만성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인위적 저금리기조 유지도 문제가 적지않다. 금리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의 고삐를 계속 풀면 소비가 조장되고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인플레를 막기 어렵다.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총재가 4일 “물가상황을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밝힌 것도 인위적 저금리 및 통화증발의 문제점을 자인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치성 소비가 크게 증가하는데 대해 ‘벌써 IMF를 잊었느냐’고들 하지만 정책이 이를 부추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해 “금융시장 안정이 워낙 절박하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이 경제의 기초조건과 기업가치 보다는 정치논리와 정책변수에 편승하도록 길들인 것이 정부다. 투자의 자기책임원칙을 무너뜨린 것도 정부다. 많은 투자자들은 ‘내년 총선때까지는 정부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시장을 받쳐줄 것’이라고 헤아린다. 이런 투자심리에 따라 단기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챙긴 뒤 자금이 총선 직전에 한꺼번에 달아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정부가 진정으로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시장의 장기적 건전화를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관치(官治)의 늪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개입의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거품 빠지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시장기능이 자율적 자생적으로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 안정이 더 큰 불안을 잉태할 수도 있다. 관치의 악순환으로 정부 스스로 감당할 수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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