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닥터]단풍놀이, 가볍게 봤단 ‘골병’십상

  • 입력 1999년 10월 26일 19시 07분


예년보다도, 국화로 화전을 만들어 먹고 단풍구경을 간다는 ‘중구절’(重九節·음력 9월9일)보다도 1, 2주 늦어졌지만 마침내 전국의 산이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룬다.

기상청은 이번주말엔 설악산과 지리산 오대산 월악산 등이, 11월초면 계룡산 팔공산 한라산 속리산 가야산 무등산 내장산 등이 단풍의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주부터 2주 정도 전국의 명산엔 중국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이월꽃보다 더 붉다(霜葉紅於二月花)’고 감탄한 그 단풍을 완상(玩賞)하려는 행객들이 몰릴 듯.

그런데 단풍놀이도 등산의 일종이다. 잘 다녀오면 온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생기를 얻을 수 있지만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무리하면 되레 ‘골병’이 난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교수,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변재준교수, 자생한방병원 침구과 장형석과장 등의 도움말로 ‘단풍놀이 건강법’을 소개한다.

▼긴소매옷-재킷 필수▼

▽떠나기 전 준비하라〓산행 땐 쯔쯔가무시병 유행성출혈열 등에 걸릴 우려가 있으므로 소매가 긴 웃옷에 편한 재킷을 입는다. 배낭에 비옷과 여벌조끼 등을 챙겨가는 것이 바람직. 신발 바닥에 파우더를 뿌리고 양말바닥이나 등산화 안쪽에 비누를 문질러 놓으면 신발과 발의 마찰이 줄어들어 물집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등산 초보자는 무리하지 마라〓운동은 1주일에 최소 3번 20∼30분 씩 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몰아서 하면 부작용만 생긴다.자주 등산하지 않던 사람들은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걷도록. 힘들거나 일몰시간까지 내려오기 어려울 때는 등정(登頂)을 고집하지 말고 중도에서 길을 꺾어 내려오는 것이 좋다.

▼무릎아플땐 꼭 쉬어야▼

▽천천히 걷는다〓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앞꿈치 순으로 발이 닿도록 걷는다. 한방에서는 이때 돌부리의 모서리를 밟고 올라가면 힘도 덜 들고 발바닥 가운데 움푹 파인 용천(龍泉)혈을 자극해 체력이 강화된다고 설명. 또 의식적으로 양 다리에 똑같은 체중을 두고 천천히 걷는다. 무릎이 아프면 무조건 쉰다.

하산할 때는 체중의 3배가 발목과 무릎에 전해지므로 뛰면서 내려오다 자칫하면 발목을 삐기 십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 고혈압 심장병 요통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산행시간을 2시간 내로 정하고, 10분 정도 걸은 뒤 5분 쉬는 것이 좋다.

▼냄새-소리 느껴보도록▼

▽산을 음미하라〓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사람의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아직 논란 중. 그러나 나무의 냄새가 사람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근육을 이완시킨다는 것은 이론이 없다.

또 단풍 잎사귀와 계곡 등의 색깔을 하나하나 쳐다보고 갈바람에 찰랑대는 잎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걸으면 ‘색채요법’‘음악요법’ 등 대체의학의 스트레스 이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로에서도 스트레스를 풀라〓단풍구경은 좋지만 도로에서 단풍행렬의 정체는 짜증거리. 적어도 한시간에 한두번쯤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거나 가볍게 제자리뛰기를 해서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운전석에서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천장까지 손을 뻗는 동작이나, 양쪽 어깨를 귀부분까지 끌어올렸다 내리는 것을 되풀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단풍 어떻게 물드나▼

단풍은 왜 생길까?

잎에서 단풍 색깔을 내는 색소는 두 가지. 카로티노이드는 잎이 노란색 또는 오렌지색, 안토시아닌은 붉은색을 띠도록 만든다.

카로티노이드는 늘 잎에 있지만 여름엔 엽록소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을이 돼 잎이 노화되면 이 색소가 보이게 된다. 한편 잎에선 엽록소가 햇빛을 에너지원인 당(糖)으로 바꿔 줄기로 보내는데 가을에 밤기온이 떨어지면 당의 이동이 느려지면서 남아있는 당이 붉은 색소 안토시아닌으로 바뀐다.

가장 선명한 단풍은 낮은 따스하고 밤은 추운 날씨가 계속될 때 나타난다.

미국 커널대 식물학과의 피터 데이비스교수는 “나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단풍은 더 선명해진다”고 밝혀 스트레스도 받아들이는데 따라 ‘아름다운 결실’로 승화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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