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인간한계에 대한 도전

  • 입력 1999년 10월 25일 18시 49분


모든 경기가 다 그렇지만 마라톤이야말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마라톤 세계기록 변천사를 보면 1908년 미국 화이트 시티마라톤에서 우승한 미국 존 헤이즈 기록은 2시간55분19초였다.그로부터 10분 이내 주파까지는 무려 59년의 세월이 흘렀다.지난 1967년 후쿠오카마라톤에서의 오스트레일리아 클레이톤의 우승기록은 2시간9분37초였다.

▽당시만해도 마라톤에서 ‘5분 대’진입은 인간의 한계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에디오피아의 딘사모가 1998년 4월 로테르탐마라톤대회에서 세운 세계최고기록 2시간6분50초만해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이적인 기록이었다.그 기록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그해 9월 베를린마라톤대회에서 브라질의 호나우두 다 코스타에 의해 경신됐다.코스타의 기록은 2시간6분5초였다.

▽그로부터 1년남짓만인 지난 24일 또다시 새로운 세계기록이 수립됐다.모로코의 할리드 하누치가 시카코마라톤대회에서 ‘마의 6분 벽’을 깨뜨리고 우승한 것이다.그의 기록은 코스타의 종전기록을 무려23초나 앞당긴 2시간5분42초였다.하누치가 6분벽을 무너뜨림으로서 이제는 기록의 벽을 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다.2시간 벽을 깨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한국은 스스로 마라톤강국임을 자랑한다.그도 그럴 것이 35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과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영웅 황영조 등을 배출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한국의 최고기록은 98년 이봉주가 로테르담대회에서 2위로 입상하며 세운 2시간7분44초로 7분대 수준이다.최근 마라톤 세계기록의 경신속도를 따라잡는 것도 문제지만 마라톤의 저변확대와 과학적인 훈련방식의 도입 등은 더 중요한 과제다.그런 상황에서 한국마라톤의 중심에 있던 코오롱팀의 불협화음은 더할 수 없이 안타깝다.

김용정<논설위원> 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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