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큐브'감독 빈센조 나탈리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8시 26분


캐나다 영화 ‘큐브’에서 죄수들이 헤매고 다니는 수많은 정육면체의 방들은 도저히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로같다. 그러나 실제 촬영은 큐브 하나 반 모양의 한 세트 안에서 21일 동안 진행됐다. 세트 밖에서 조명을 비춰 전부 다른 방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뿐. 이 단촐한 세트에서 기발한 이야기를 빚어낸 감독은 도대체 누구일까.

서른살의 젊은 감독 빈센조 나탈리.E메일로그를인터뷰했다.

―‘큐브’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됐나?

“돈이 얼마 없어서 한 세트에서만 영화를 찍어야 했기 때문에 고안해냈다. 어느 날 한 세트라도 여러 개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등장 인물들을 똑같은 모양의 방으로 옮겨다니게 하면 될 것 같았다.”

―등장 인물들이 큐브를 벗어나는 수단으로 복잡한 수학 공식을 사용하도록 한 이유는?

“그것도 돈 때문인데…. 큐브를 벗어나는데 필요한 소도구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통계학 박사인 친구에게 부탁해 수학문제들을 만들었다. 물론 나라면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지만…. 수학적인 설계로 만들어진 지옥, 비인간적인 세계에 갇힌 죄수들이라는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었다.”

―누가 왜 큐브를 만들고 죄수들을 가둬 놓았는지가 영화에 나오지 않는데….

“공포를 자아내는 대상을 수수께끼처럼 모호하게 남겨두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 나는 몇 가지 문제를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영화를 보고난 뒤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영화에 대해 논쟁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어렸을 때 ‘스타 워즈’를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갖게 됐다는 그는 벌써 열한 살 때 아파트 보일러실을 우주 전함 내부로 삼아 SF영화 ‘다크 포스’를 만들기도 했다.

다음 영화로 자신의 창조물과 사랑에 빠진 유전공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SF영화를 준비 중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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