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가을 연극계 ‘세기말 햄릿’ 3色무대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가을 연극계에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햄릿은 세기말 기성세대와 충돌하는 젊음과 광기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록 햄릿’(서울 뮤지컬 컴퍼니) ‘미친 햄릿’(극단 청년) ‘스펙트럼 2001’(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은 모두 햄릿을 원전으로 한 작품들. 그러나 형식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대사가 철저히 배제되는가 하면 영상과 록, 컴퓨터 음악 등으로 새롭게 표현된다.

‘스펙트럼 2001’(21∼24일·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햄릿을 마치 스펙트럼에 투과시킨 것처럼 잘게 해체한 작품. 셰익스피어가 고도의 상징성을 담은 시적(詩的) 언어로 햄릿을 묘사했다면 이 작품은 소리와 빛, 영상, 조형물, 의상, 움직임 등으로 햄릿을 보여준다. 컴퓨터음악, 비디오아트, 조형예술이 종합된 색다른 햄릿 작품이다. 02―441―9377

‘미친 햄릿’(12∼31일·서울 종로구 ‘혜화동1번지’ 소극장)의 연출가 김민호는 관객을 속이는 극중 극, 현대와 중세를 오가는 배경설정 등으로 새로운 창작을 시도한다. 펜싱이 아니라 홍콩영화처럼 주먹을 쥐고 뒹굴며 결투하는 햄릿, 빗속에서 드럼을 치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울부짖는 햄릿. 세기말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광기를 보여주는 햄릿이다.

‘록 햄릿’(11월11일∼12월12일·서울 호암아트홀)은 2년간 6억원을 들여 제작한 국내 초연작품. 조광화(극본) 전훈(연출) 이동준(음악) 등이 역량을 모은데다 인기가수 신성우(햄릿) 리아(오필리어)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록콘서트같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메탈사운드가 햄릿의 고뇌어린 대사를 대신한다.

극작가 조광화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권력의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 필연적으로 몰락해버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방황과 갈등을 그린 비극”이라며 “은유와 상징이 풍부한 ‘햄릿’은 세기말적 분위기에서 다양하게 재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02―562―2600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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