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방송3사 ‘모자이크식 추석특집’ 식상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몇 년 전부터 극심한 불황과 아이디어 고갈에 시달리는 가요계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 중 하나가 컴필레이션(편집)앨범. 히트곡 중 성향이 비슷한 것을 한데 뭉뚱그린 앨범이다.

22일부터 26일까지 장장 5일간 추석특집 프로그램들을 마련한 공중파 방송3사도 이런 ‘편집기법’을 사용한 듯하다. 인기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를 짜깁기해 ‘특집’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는 얘기다.

3사 중 가장 많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4개)을 방송한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의 인기코너인 ‘못말리는 데이트’ 중 재미있는 장면들을 모아 23, 24일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10분 동안 각각 이휘재 편, 남희석 편을 방송했다.

25일 방송된 ‘추석특집―김혜수 플러스유 99베스트’의 제작기법도 이와 비슷했다. 물론 기제작물에 부가가치를 덧입히는 ‘포스트 프로덕션’이 제작기법 중의 하나라지만 이들 프로그램에는 추가된 내용이 없었다.

한편 이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외의 특집프로그램도 ‘그밥에 그나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SBS ‘코미디 왕중왕’(23일)은 간판 개그맨인 남희석 이휘재 신동엽 박수홍을 내세웠지만 항상 SBS에 나오는 인물들이라 신선도가 없었다. 출연진의 장기자랑을 보여준 KBS2 ‘특집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25일)은 평소 다른 프로그램 녹화장에서도 장기를 연습하는 출연진의 모습을 비추면서 ‘공들인 흔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출연진도 최수종 이휘재 강호동 등 평소 그대로였다. 그나마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없었던 MBC도 ‘개그맨 천하장사 씨름대회’(25일) ‘폭소가요제’(26일) 등에서 소속사 개그맨들을 겹치기로 출연시켰다.

물론 이런 문제는 방송 10여일 전에 특집편성이 결정되는 빠듯한 제작여건에 기인한다. SBS ‘코미디 왕중왕’에 출연했던 개그맨 신동엽은 프로그램 말미에 “지금 녹화를 마친 시간이 새벽6시경”이라며 밤새 녹화했음을 시사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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