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금동근/눈치보는 특급호텔 결혼식

  • 입력 1999년 9월 21일 18시 45분


특급호텔 결혼식이 허용된지 한 달 보름 가까이 지났다.

지난달 9일 규제가 풀릴 때만 해도 여론은 부유층의 호화사치 혼례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수천만원짜리 예식은 기본이고 억대 결혼식도 있을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21일 그동안의 실적에 대해 “밝히기가 창피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호텔의 8,9월 실적은 단 3건.

다른 호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강북의 S호텔만 10건을 넘겼을 뿐 대부분 5건 미만이다. 한 건도 없는 호텔도 2곳이 있다.

호텔 관계자들은 이처럼 호텔결혼식이 외면당하는 데 대해 “아직은 주위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지금까지 호텔 결혼식중 호화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식은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호텔 10곳의 결혼식 참석 하객수는 평균 300명 정도. 50여명이 참석한 ‘초미니’ 결혼식도 2건 있었다.

그러나 속단은 이른 것 같다. 그동안 ‘눈치 보기’에 머물던 상류층이 본격적으로 호텔로 몰린다면 과거 우리 상류층의 ‘호화 경쟁’ 분위기로 볼 때 정말 억대 결혼식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예약실적만 해도 S호텔의 23건을 비롯해 대부분의 호텔이 12∼20건으로 8,9월 실적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일부 호텔은 유명인이나 외국인 유치경쟁을 본격화한 상태.

호텔측이나 호텔을 결혼식장으로 선택하는 사람들 모두 ‘소신있는’ 행동으로 품위를 유지해 ‘억대 결혼식’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금동근<정보산업부>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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