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용병이 난다한들 토종투지 당하리요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쉽게 수비를 제치는 발군의 개인기에 파괴력 높은 골결정력, 공간을 확보하는 폭넓은 시야….

외국인 선수는 한국 프로축구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게 사실. 그러나 용병이 토종에게 못당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불같은 투지.

일단 막고 보자며 몸을 내던지는 투혼앞에서는 기술도 막히게 마련. 그래서 용병과 토종의 ‘천적관계’가 생겨났다.

1m90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괴력이 일품인 샤샤(27·수원 삼성).

슈팅타임이 빠르고 몸싸움에서 뒤지지 않다보니 막기가 무척 까다롭다. 특히 국내에는 장신 수비수가 많지 않아 샤샤는 더 커보인다. 그러나 샤샤도 부산 대우의 김현수(26)에게는 약하다. 1m86의 장신인 김현수는 점프력과 헤딩력이 좋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거친 수비의 팀 내력을 이어받아 샤샤가 꽁무니를 빼도록 만든다.

그러다 보니 15일 현재 샤샤가 기록한 올시즌 16골중 부산전 득점은 5게임에서 단 한골뿐이다.

부산의 공격수 마니치(27)는 빠른 발에 지칠 줄 모르는 체력까지 갖춰 한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마니치는 동료들이 패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파이팅’이 좋다. 하지만 마니치도 전남 드래곤즈 김태영(29)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김태영의 근성있는 육탄 수비는 100m를 11초에 달리는 마니치의 발을 무력화시키기 일쑤.

이는 마니치가 올해 기록한 14개 어시스트 중 전남전에서는 단 1개만을 기록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전남 수비수 마시엘(27). 그는 ‘라이언 킹’ 이동국(포항스틸러스)을 전담마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이동국이 순간적으로 공간을 확보하는데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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