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다시 불붙은 韓日 '김치전쟁'

  • 입력 1999년 9월 14일 19시 07분


어떻게 만든 것이 진짜 김치인가. 요즘 일본에서는 ‘김치 제조법 논쟁’이 한창이다. 김치종주국인 한국의 공격에 일본이 방어하는 처지. 그러나 결론은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논쟁의 시작은 96년. 그해 3월 도쿄(東京)에서 ‘국제식품기획위원회(CODEX)’ 아시아 부회가 열렸다. CODEX는 163개국(98년10월 기준)이 가입한 국제기구. 가맹국은 이 기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식품을 만들어야 한다.

당시 한국 농림수산부는 김치의 국제규격을 만들자고 일본측에 제안했다. 일본도 선뜻 응했다. 속셈은 정반대였다. 한국측은 ‘본고장 김치’의 수출을 늘리려 했다. 일본은 생산량이 급증하는 ‘일본식 김치’를 보호하고자 했다.

★단무지 생산량 앞질러

98년 일본의 김치 생산량은 18만147t. 절임식품(쓰케모노)의 16.2%로 단일품목으로는 단무지(다쿠앙)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시장규모도 연간 1000억엔으로 커졌다. 엄격한 기준이 제정되면 일본식 김치는 ‘김치’라는 말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일본정부가 협상에 응한 배경이었다.

네 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대체로 합의가 이뤄졌다. 내용은 △발효해산물(새우젓 멸치젓 등)은 넣어도 좋고 안 넣어도 좋다 △끈기를 내기 위해 찹쌀가루나 밀가루를 넣어도 좋다 △유산이나 구연산을 넣어도 좋다 △파브리카(고추와 비슷하나 맵지 않음)를 천연색소로 써도 좋다는 것 등. 요컨대 자연발효시키지 않은 ‘일본식 김치’도 김치로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2001년 최종 결론

합의내용은 자연발효시키는 한국식 김치에는 필요없는 조건들이기 때문. 일단 ‘김치 붐’을 일으켜야 수출량도 늘어날 것이라는 의도에서 한국측이 대폭 양보한 결과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서 열린 도쿄농업무역관 주최의 ‘한국김치문화제’는 김치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한국식 김치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월간지 ‘야키니쿠(燒肉)문화’의 박건시(朴健市)사장은 “김치가 아닌 것을 김치라고 인정해 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중요한 논의가 한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진행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한다.

김치의 국제규격은 2001년3월 CODEX총회에서 확정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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