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9월 12일 18시 3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중국 오지(奧地)의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책상 서랍 속의 동화’가 어제 폐막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국두’ ‘인생’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이모(張藝謀)감독이 92년 ‘귀주이야기’에 이어 두번째로 받는 황금사자상이라고 한다. 시골 초등학교가 배경인데다 국제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언뜻 ‘우리들의…’가 연상된다.
▽베니스 현지에서 영화를 본 관계자들에 따르면 반장이 횡포를 부리는 ‘우리들의…’와는 다르게 휴가간 담임 대신 학급을 맡은 13세 소녀가 학생들을 한명도 낙오시키지 않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아직도 가난과 교육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어려움 속에 있는 중국 어린이들에 대한 장감독의 따뜻한 눈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란 것이다. ‘영화에서는 해피엔딩하는 것으로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장감독의 수상 소감에 이르면 이 작품은 고발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당초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는 우리나라의 ‘거짓말’을 비롯해 벨기에의 ‘포르노그래피 정사’ 등 성적 소재를 다룬 작품이 많았으나 휴머니즘 내용의 영화가 중요한 상을 휩쓸었다. 할리우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관객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성과 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국내 영화계 풍토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중국 민중의 한 가운데 서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장이모감독의 모습이 커보인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