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특집]"이름 좋아야 뜬다" 도메인 선점치열

  • 입력 1999년 8월 24일 19시 38분


인터넷 사이버공간의 ‘도메인(Domain)’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올해 21세의 미국 네티즌은 얼마전 ‘drugs.com’이란 도메인명을 익명의 기업에 무려 82만3465달러(약 9억9000만원)에 팔았다. 5월에는 베네수엘라의 한 도박회사가 ‘wallstreet.com’이란 도메인명을 100만달러(약 12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도메인 하나를 등록, 유지하는 비용은 1년에 겨우 35달러에 불과하다. 전세계 네티즌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인기 인터넷주소의 가치가 그만큼 엄청나다는 얘기.

닉스청바지로 유명한 의류제조업체 ㈜닉스는 현금 3억원을 내걸고 인터넷사업용 도메인명을 공모하고 있다. 10월7일 최종 당선자를 발표할 예정.

국내에서도 불과 2년여만에 도메인 등록을 대행해주는 전문업체가 700개를 넘어섰다. 기업명이나 유명인의 이름이 들어간 도메인명을 미리 선점한 뒤 되파는 이른바 ‘도메인 사냥꾼’들도 등장했다.

한국 고유의 이미지를 외국인 네티즌이 도메인명으로 선점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상징하는 도메인 ‘kimchi.com’은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국기인 태권도를 뜻하는 ‘taekwondo.com’도 미국의 한 인터넷업체가 선점했다. 이밖에 동대문 남대문 이태원 신촌 제주 부산 인천 등에 ‘com’을 붙인 도메인명도 이미 오래전에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

거꾸로 국내 네티즌이 미국계 정유회사인 모빌 엑손의 합병을 예상하고 도메인명을 선점해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6월말부터 개인도메인명(pe.kr) 등록을 허용하면서 최근 도메인 등록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 총 도메인수 10만여건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섰다.

인터넷전문가들은 “정보사회에서 도메인의 가치와 중요성은 상품 브랜드처럼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특정 도메인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 영토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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