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겁한 여당」

  • 입력 1999년 8월 14일 01시 43분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김종필(金鍾泌)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오늘 새벽 공동여당의 표결 불참으로 자동 폐기됐다. 제206회 임시국회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된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공동여당측의 거부로 당초부터 표결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긴 했다. 그러나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자 소속의원 전원을 집단퇴장토록 한 공동여당의 자세는 국민에게 또한번 실망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여야가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정정당당히 표결로 처리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해임안이 집단퇴장 등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처리된다면 그것 자체가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는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여당은 이번 표결에서 역대 어느 집권당도 취하지 않은 집단퇴장이라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우리 헌정사상 국회에 제출된 국무총리해임건의안은 모두 4건이지만 정상적인 표결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여권의 정치적부담은 더욱 가중된 셈이다. 한나라당측은 표결불참이라는 여권의 ‘비겁한 자세’를 정치쟁점화할 것이 분명하다. 공동여당이 아무리 표결에 자신이 없더라도 정정당당히 표결에 임했더라면 야당도 김총리 해임문제에 관한 한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김총리 해임건의안변칙처리 문제는 또다른 정치 이슈로 남아 계속 정치권의 공방을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주장대로 야당이 총리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 정치공세’라 하더라도 일단 의안으로 상정된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국민의 공감을 얻는 길이었다.

공동여당은 목에 가시처럼 남아 있는 내각제문제에 대한 여권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등 하루 빨리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를보이길차제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총리가 내각제 연내개헌에대한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사과부터분명히 하고 앞으로 어떻게하겠다는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정치를 투명하게 하는 길이다.

그런데도 최근 여권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여권은 내각제문제에 대해 여전히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각제 공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도 국민앞에 사과하지 않고 어물쩍 넘기려해 민심을 잃고 있는 여권은 이번에는 김현철(金賢哲)씨에 대한 사면까지 단행, 또한번 민심을 거역했다. 여권이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를 계속한다면 아무리 새 인물을 모으고 새 정당을 만든다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공동여당은 민심에 순응하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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