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해치는 日-中 군비증강

  • 입력 1999년 8월 5일 18시 23분


중국이 2일 사거리 8000㎞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일본은 경항공모함 두척을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두나라는 아시아에 있지만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으로 세계적 강국들이다. 그런 두나라가 군비증강 경쟁에 나선다면 그 이웃 동아시아 국가들에 큰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두나라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는 이들의 힘겨루기에 가위 눌리는 형국이다.

일본의 경우 한 걸음씩 집요하게 군사대국화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과의 방위협력지침 아래 얼마전 주변사태법을 확정한 일본은 한반도와 대만 해역에서 필요시 군사작전에 가담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거기에다 항공모함을 갖춘다면 일본은 동아시아 태평양에서 거침없는 군사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군사력 보유를 금지한 일본 자체의 헌법조항에 어긋나지 않는지 일본 지도자들에게 묻고 싶다. 2차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던 일장기(히노마루)와 국가(기미가요)를 부활시킨 것도 아시아인들을 놀라게 했다. 과거사를 깨끗이 청산하지도 않은 일본이 되레 군비증강에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바다에 떠다니는 영토로 비유되는 항공모함이 갖는 군사적 의미는 자위(自衛)개념을 훨씬 넘어선다. 공격적 해상작전을 위한 것이 항모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원양함대의 주축이 될 항모를 갖는다면 자신이 내건 전수방어(專守防禦)가 허위임을 천명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일본은 지금도 언제든 항모로 개편할 수 있는 대형수송함 오스미와 초첨단 순양함 이지스를 보유해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의 군비증강 구실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호자극의 악순환을 없애기 위해서도 동북아다자(多者)안보협의체의 발족이나 일―중(日―中)군비증강 방지협약이 시급하다. 지역 패권주의를 잠재우기 위해서도 그렇다.

중국의 신형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며 비판하지 않는 태도다. 중국이 그동안 수천번이나 발사실험을 했고 이미 중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구세기적 열강중심의 대외정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추려 하는 북한은 중국과 다르기때문에 제지돼야 한다’는 미국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자국의 신형 미사일 발사가 특히 북한의 미사일실험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사후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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