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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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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스텐즈’는 소재로만 보면 ‘매트릭스’와 닮은 꼴. 그러나 매끈하게 다듬어진 주류 SF물인 ‘매트릭스’와 비교해보면 ‘엑시스텐즈’는 때론 역겨울 정도로 기괴한 영화다. 소재나 이야기 반전의 방식 등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플라이’ ‘크래쉬’ 등에서 보여지듯 테크놀러지가 인간정신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다소 변태적으로 그려낸 캐나다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취향은 이 영화에서도 예외없이 드러난다.
비슷한 종류의 영화에 흔한 컴퓨터나 디지털 부호같은 소품은 이 영화에 없다. 네트워크 게임기 ‘엑시스텐즈’는 여러 개의 돌기가 달린 인간의 살덩어리처럼 생겼고 애무하듯 건드리면 돌기가 움직이며 게임이 시작된다. 테크놀러지와 에로티시즘을 교차시킨 ‘테크노 에로티시즘’의 표현이다.
전력은 탯줄처럼 생긴 연결선을 인간의 척추에 뚫린 구멍에 끼워 공급받는다. 이미 안경과 장갑을 끼고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선을 보인 것을 생각하면 ‘신체의 일부가 된 게임기’라는 발상은 극단적이지만 몸서리쳐질 만큼 섬뜩하다.
강렬한 개성의 여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는 좀 심심한 반면 ‘가타카’에 장애인으로 출연했던 쥬드 로의 호연이 돋보인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 다음달 7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