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인석/「양날의 劍」 특검제

  • 입력 1999년 7월 26일 19시 20분


특별검사 제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검제에 대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과 반대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파업유도 발언 등 검찰의 결정적인 과오가 겹쳐지면서 특검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검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일부 재야 시민단체에서는 특별검사가 들어서기만 하면 한국 사회의 온갖 비리가 다 척결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처럼 말하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별검사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그런 기대를 모두 총족시켜 줄 수는 없다. 소수의 특별검사와 급조된 지원 인력으로 정치적 사건 등 방대한 내용의 사건에 대해 효율적인 수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특별검사제는 이런 점에서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특검제가 실패한 이후의 상황이다. 국민의 ‘희망’인 특검제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한국 사회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희망이 없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은 대다수가 특검제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같은 위험을 피하면서 특검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대단히 엄격한 조건 하에서 사안별 한시적으로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특검제를 상시적(常時的)으로 전면 도입하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이는 수사 및 공소제기는 검찰, 재판은 법원의 몫이라는 근대 사법제도의 대원칙을 붕괴시킬 수 있다. 미국의 예에서 보듯 특별검사가 양산되는 사태가 오게 된다면 사법(司法)이 공멸하고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한시적으로 특검제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특별검사의 인선도 어려운 과제다. 정치적 편향이 없으면서 수사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 선거직 출마제한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선임 절차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국회 법원 또는 변협에서 임명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헌 소지가 있고 정치 논리에 따라 흔들릴 위험성이 크다. 삼권분립의 기틀을 허물지 않으면서 임명권자의 면직권한을 배제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임 기간에 정치권의 탄핵소추와 다른 수사기관의 내사 또는 수사를 제한하면 족할 것이다. 특검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특별검사가 ‘국민’외에는 달리 지휘 감독을 받을 곳이 없다는 점이다. 특별검사의 독립성만을 강조하다보면 책임과 통제는 허술할 수밖에 없다. 통제나 견제가 없는 곳에서는 늘 의욕 과잉이나 절차의 부당성, 내용의 빈약성이 초래되기 쉽다. 특별검사가 여론만을 의식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공룡이 될 위험도 있다. 이같은 사태가 오지 않도록 사전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별검사에 대한 견제 못지않게 인적 물적 지원방안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별검사가 실질적인 수사성과를 거두려면 인적 물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예산이나 장소적 공간 등 물적 지원은 언제든 가능할 것이나 수사상 필수적인 수사보조요원 등 인적 지원은 현실적으로 기존 수사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해 임명되는 특별검사가 불신받는 수사기관의 인적 협조를 받아야 한다면 논리적 현실적으로 모순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특검제는 양날의 칼이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부담이 따른다. 그 부담은 곧 국민에게 돌아간다. 특검제를 유일하게 도입했다가 실패로 귀착된 미국의 선례를 밟지 않으려면 엄격한 조건하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특검제는 어디까지나 사법제도의 예외이고 예외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특검제가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는 결국 이 제도를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최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견제와 감시는 국민의 몫이다.

양인석(변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