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銀 자칭亞太재단이사 로비]이영우 미스터리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경기은행 퇴출관련 로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권력 핵심 인사가 관련된 사건을 단순사기 사건으로 축소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은 22일 이영우(李映雨·57)씨가 아태재산 미주지부 이사를 사칭해 서이석(徐利錫·구속 중)전경기은행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며 이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1층 일식당에서 “경기은행이 퇴출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주겠다”며 서전행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이 과정에서 아태재단 미주지부 이사를 사칭해 로비를 해주겠다며 접근했으며 이 사건은 단순사기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전행장의 한 측근은 “서전행장이 이씨에게 속아서 돈을 준 것이 아니라 이씨가 권력 핵심인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고 이 인사를 통해 로비를 해달라는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에 따라 서전행장측은 이씨가 아태재단 미주지부의 핵심인물인 것으로 파악하고 이씨에게 ‘당신이 모시고 있는 씨를 통해 로비를 해달라’며 돈을 줬다”고 말했다.

서씨측은 또 “이씨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도 서씨가 처음 조사받을 때인 5월초 모두 진술한 것”이라며 “이씨가 단순사기범이라면 왜 그때 수사를 안했겠느냐”고 말했다.

서씨측은 또 “당시 이씨측에서 돈을 더 요구해와 주려고 했으나 주씨가 ‘고위층에게 얘기해 퇴출을 틀림없이 막아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해 퇴출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고 이씨측에 돈을 더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인천〓박정규기자〉viyonz@donga.com

◆이영우씨 누구인가◆

이영우씨 누구인가이영우씨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현재 사단법인 환태평양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씨가 자칭 ‘아태재단 미주지부 이사’로 행세해오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직후 고위층의 처조카인 이모박사에게 접근하려 했다”고 전했다.

각종 인물연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30여년간 외교 봉사 친목 등 다양한 단체와 기업의 이사 회장 등의 직함을 30여개 이상 거치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21일 밤늦게 기자와 만난 이씨의 여비서 전모씨(34)는 “아태재단 미주지부는 이사장을 포함해 7명의 이사가 있으며 이씨도 그중 한 사람”이라며 “21일 낮에도 미국에 전화를 걸어 이사장 조모씨에게 ‘이씨가 이사로 선임된 것이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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