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파간 흥정」안된다

  • 입력 1999년 7월 15일 18시 44분


더이상 복선을 깔거나 둘러댈 필요는 없다. ‘구국적 결단’을 내세울 일도 아니다. ‘DJP(김대중 김종필)내각제 합의’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 대통령에 당선되려는 DJ와 취약한 정파의 권력분점이란 JP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DJ로서는 마지못해 선택했던 내각제 합의가 내킬 리 만무했고, JP라고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여기서부터 한쪽이 ‘몽니’를 부리면 한쪽은 달래는 ‘DJP 동거’가 지속됐다. 이러면서 국정은 뒤틀리고 표류하기도 했다.

결국 당초 국민에게 공약했던 ‘99년말까지 내각제 개헌 완료’는 물건너갔다. 그리고 그 뒤처리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당 대 당(黨對黨) 논의로 넘겨졌다. 내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두 당의 논의에서는 일단 내년 이후로 연기된 내각제 개헌시기에서부터 개헌연기 합의에 따른 JP와 자민련에 대한 ‘반대급부적 보상’문제가 집중 거론되리라는 보도다.

특히 JP에 대해서는 제도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시켜 국정운영을 실질적으로 대통령과 총리가 나눠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이원집정부제적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DJP후보 단일화 당시 합의된 ‘총리지위와 권한행사 등에 관한 법안’을 입법화하는 문제도 검토대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소견이다.

자민련에 대해서는 충청권 의원들의 기득권 보장을 위해 기왕에 확정했던 정당명부제―중선거구제에서 정당명부제―소선거구제로 선거법개정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또 내년 총선에서 연합공천 지분을 보장해주고 심지어는 개각이나 국회직 개편, 국영기업체 기관장 인사 등을 통해 자민련측 인사를 우대할 것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물론 아직 구체적 논의가 된 사항들이 아니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 ‘연내 내각제 개헌 유보’에 따른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논의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란에서 어제 지적했듯이 ‘DJP 내각제 합의’는 국민의 동의와는 무관하게 밀실에서 ‘두 사람만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다. 더구나 대선 공약사항을 일방적으로 깨는 마당에 ‘정파간 보상’을 위한 논의를 한다면 말이 안된다. 도대체 자기들끼리 했던 약속을 자기들끼리 깨면서 무슨 보상이고 말고 할 게 있는가.

다시 말하지만 권력구조개편은 전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다. 정파간 이해와 득실만을 따져서는 안된다. 더욱이 개헌 연기합의에 대한 정파간 보상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 한다면 정권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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