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수아/「안전불감증」어려서부터 고치자

  • 입력 1999년 7월 1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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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늘었다. 그런데 아무도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는다. 보호대라는 것은 자전거의 보조바퀴와도 같이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들만 착용하는 것 같다. 확실히 잘 타게 되면 넘어질 일이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차 실수만으로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예전에 뉴스에서도 본 적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한다. 롤러블레이드를 잘 타면 탈수록 보호대가 필요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눈에는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 타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 때문에 보호대 착용이 오히려 어색하게 보이는 것 같다.

나는 롤러 블레이드를 미국 뉴욕에서 배웠다. 그 곳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말이면 센트럴 파크에서 롤러 블레이드를 즐긴다. 대개가 다 어른들이며 모두 기가 막히게 잘 탄다. 그리고 아무리 잘 타는 사람일지라도 모두 보호대를 착용한다. 내게는 롤러 블레이드를 시작할 때부터 보호대가 없으면 탈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여 있다. 그래서 한국의 아이들이 그냥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위험해 보인다.

왜 어른들은 그것이 위험해 보이는 데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그 때서야 안전을 외치면서 법석을 떨면서도 일의 과정에서 안전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본질적인 것을 빠뜨린 채 외형이나 결과만을 추구한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안전불감증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의 첫단계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한국인들은 이렇게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이들을 안전불감증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박수아<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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