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베스트]바티스타 아그네세 지도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01분


16세기 중반에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바티스타 아그네세의 평면적인 세계지도는 아름답고 정확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 지도는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유럽인들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마음의 지도였다.

이 지도가 만들어지기 전 중세에 만들어진 세계지도들은 예루살렘을 가운데 놓고 그 주위에 대륙들을 원형으로 늘어놓았다. 2세기에 만들어진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 지리학 서적에 비해 정확성 면에서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지도들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서적에는 푸티(아그네세의 지도에도 등장하는 천사같은 얼굴들)에 둘러싸인 상징적인 지도들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00년의 중반 무렵 유럽은 새로운 과학의 등장과 함께 인식의 혁명을 경험했다.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법이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난 것은 조감도와 같은 시각을 사용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놀라운 그림들이었다.

콜럼버스와 마젤란은 수학적으로 거리를 계산함으로써 세계를 인간이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축소시켜주는 기술적 도구들과 지도를 갖고 항해를 떠났다. 아그네세는 자신의 지도에서 마젤란의 항로를 검은 선으로, 아메리카에서 출발한 스페인 선단의 항로를 금색 선으로 표시했다

아그네세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지도는 지도에 열광하던 르네상스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이 왜 지도에 열광했는지는 영국의 극작가 겸 시인인 말로의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내게 지도를 달라. 그리고 보게 해달라/온세상에서 내가 정복할 곳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찰스 존슨〈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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