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다운 여당이 돼라

  • 입력 1999년 7월 8일 18시 25분


국민회의의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과 당 8역이 어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돌연 사표를 제출, 김대통령이 이들의 사표를 모두 수리함에 따라 여권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는 다음달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그동안 공동여당이 논의를 유보했던 내각제 문제도 곧 협상테이블에 올려야 할 시점이다. 당직개편을 단행한 김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이래저래 주목된다.

우선 당쪽에서는 이번 당직개편이 원내총무 등 당 3역 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치개혁이나 특별검사제문제 등 현안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의 주도권 확립과 대야(對野)협상력제고를 위한 ‘실세’들의 등장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김대행의 경우에는 마땅한 후임이 없는데다 전당대회가 눈앞에 다가온 시점이어서 교체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요구로 사표를 수리했다.

이같은 김대행에 대한 사표수리는 공동여당 특히 국민회의의 정치적 한계를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대행은 그동안 국민회의와 자민련과의 합당발언과 내각제 시기상조론을 주장해 자민련의 ‘눈총’을 받았다. 그리고 어제까지도 특검제 도입문제를 놓고 김총리를 노골적으로 비판해 김총리가 ‘진노’했으며 이에 대해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이 대신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대행은 결국 물러나게 됐다. 공동여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어떻든 공동여당 내의 불협화음은 스스로에게는 물론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가뜩이나 장단이 맞지 않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그것은 국정혼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자동차 처리문제, 특검제문제 그리고 남북한문제나 민생문제 등 갖가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이다. 정치권이 하루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공동여당은 지금 서로간 싸움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

특히 국민회의는 이 기회에 청와대쪽만 바라보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이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서야 어떻게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책임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위만 쳐다보고 있는 정당이 어떻게 밑바닥 민심을 옳게 읽을 수 있겠는가. 여야관계가 요즈음처럼 악화되고 꼬인 데도 국민회의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야당보다 오히려 국민회의의 정치력 부재가 눈에 띈다. 이번 당직개편을 통해 집권 여당에 걸맞은 정치력을 복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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