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최고의 악기「목소리」

  • 입력 1999년 7월 6일 18시 34분


인간이 악기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인간의 목소리만큼 변형이 자유롭고 뛰어난 것은 없다. 독창, 합창, 기도의 영창, 분노에 찬 울부짖음 등 다양한 형태의 연주가 가능한 인간의 목소리는 인간이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악기의 일종으로서 인간이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인간의 목소리는 음악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개념을 결정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은 연주자들에게 흔히 ‘숨을 쉬듯이’ ‘노래하듯이’연주하라고 지시한다. 또한 우리가 음악을 통해 창조하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형용사들, 즉 크게 부드럽게 거칠게 등은 인간의 목소리를 표현할 때도 똑같이 사용된다.

파이프오르간 아코디언 색소폰은 물론 신시사이저와 컴퓨터음악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악기도 인간의 목소리를 능가하지 못한다. 파가니니, 크라이슬러, 하이페츠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인간의 목소리가 창조해낼 수 있는 그 미묘한 환상같은 분위기를 흉내내려고 애를 썼고, 기타리스트들은 목소리가 지닌 따스함을 흉내내기 위해 비브라토라는 연주기법을 사용하며, 관악기들은 합창과 함께 연주될 때 가장 웅장한 소리를 낸다.

현대음악이 창조해낸 새로운 소리들이나 헤비메탈의 기괴하게 확대된 음들도 인간의 목소리가 지닌 무한한 능력을 뛰어넘지 못했다. 인간의 목소리는 모든 종류의 언어 악기 멜로디와 짝을 이루어 목소리만이 지닌 인간적 감각을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새겨넣는다.

▽필자:레온 브츠타인〓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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