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의 뒤집어보기]가수 꿈 자녀의 부모에게

입력 1999-07-04 18:37수정 2009-09-2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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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라고? 뭘 하겠다고?”

몇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중고교생 아들 딸이 가수가 되겠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는 부모들이 많다. 가수가 되겠다고 하면 사람을 버린다거나 애가 비뚤어지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걱정을 마시라.

가수가 되는 길은 좀 과장하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우니까. 또 설령 가수가 됐다고 해도 TV에서 아들 딸의 얼굴을 보기란 정말 쉽지 않다.

2주에 한번 치르는 SM기획의 공개오디션에 참가하는 청소년은 100여명에 이른다. 서초우체국의 우리 사서함에 모아진 2000여건의 비디오와 데모 테이프를 통해서 평가하는 1차 심사를 통과한 인원이 그 정도다. 중고생이 많지만 초등학생도 눈에 띠고 심지어 부모의 지원을 받아 나선 유치원생도 있다.

오디션을 보고 나면 난 정확하게 말하는 편이다. “좋아. 우리랑 함께 일하자” 또는 “넌 안되겠다”고.

마음에 상처를 줄까봐 빙 돌려서 말하거나 없는 재능을 부풀리는 거짓말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고1학생에게 “가수 되기 힘들겠다”고 하자 같이 온 아버지가 항의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딸이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 데 그럴 수 있냐”는 것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뜻밖에도 그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 오디션을 보겠다는 딸을 차마 말릴 수 없었는데 불합격이라는 결과에 내심 안도했단다. 실망하는 딸 앞에서 한바탕 퍼붓는 시늉을 했으니 “이수만씨가 이해하시라”는 말이었다.

내심 흐뭇했다.

자녀가 가수가 되겠다고 나서면 속으로야 어떻든 ‘동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꼭 가수라는 직업만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면 살리고 없다면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바로 내 편인 부모가 있을 때 세상이 얼마나 든든할까.

‘S.E.S’의 슈와 유진은 각각 일본과 괌에서 살았기 때문에 부모의 동의가 없었다면 가수 문턱에 설 수 없었다. 다행히 이들의 부모는 두사람의 활동에 적극적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수?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니까 염려하지 말라고 부모들에게 말하고 싶다.

일단 오디션을 통해 재능을 체크한 뒤 ‘반대’ 혹은 ‘찬성’표를 던져도 늦지 않다.〈SM기획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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