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美 첩보력의 한계

  • 입력 1999년 6월 30일 19시 59분


유고군 탱크들이 코소보에서 철수하는 것을 보고 미군 정보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78일간의 공습으로 거의 파괴된 줄 알았던 유고군 탱크가 무려 220대나 유유히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파괴한 것은 대부분 유고가 러시아의 위장술로 만든 가짜 탱크였다.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이외에도 미국의 첩보력이 다시 한번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관련 의혹도 미국 정보기관의 실패사례로 꼽히게 됐다. 미국 조사단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금창리 지하터널에는 핵과 관련된 어떤 시설도 없었고 터널자체도 원천적으로 핵발전소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그동안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에 의존해 “핵시설로 나아가고 있다는 강력한(compelling) 증거가 있다”고 말한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는 이같은 조사결과에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북 협상과 조사를 담당한 국무부와 금창리 지하핵의혹에 관한 첩보를 제공한 국방부 및 중앙정보국(CIA)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금창리에 관한 정보판단이 정확했다면 미국은 대북 관계의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그리고 북한에 추가로 식량을 얹어주면서까지 금창리 조사를 강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도 미국 정보기관이 미확인 첩보를 마치 확인된 정보인양 둔갑시켰다면 그것이 분석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어떤 고의가 개입됐는지 미국측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북 정보의 9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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