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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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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학은 유가(儒家)와 도가(道家)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유가와 도가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대립하면서 중국 철학의 도도한 흐름을 형성해왔다.
미국의 저명한 동양언어학자가 펴낸 이 책은 고대 중국인들의 물에 대한 이미지가 유가 도가철학의 뿌리가 되었음을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유가와 도가의 저변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는데 주목한다. 그것은 구체적 사물 혹은 일상에 대한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차용해 철학적 개념을 만들었다는 점. 그 대표적인 대상물이 바로 물이다.
저자는 중국인들의 물에 대한 이미지를 9가지로 분류한다. △끊임없이 흐르는 원천으로서의 물 △길을 따라 흐르는 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 △퇴적물을 나르는 물 △다투지 않는 부드러운 물 △어떤 형태로도 변화 가능한 물 △고요해서 수평을 이루는 물 △거울이 되는 물 △너무 투명해서 보기 어려운 물 등.
그리고 이 이미지들이 어떻게 유가와 도가의 철학적 개념으로 자리잡았는지를 추적한다. 도가의 경우.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래서 물은 도(道)에 가깝다’ ‘도는 만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수로(水路)다’(노자).
유가도 마찬가지다. ‘강물이 수로를 따라 흐르듯 도는 군자가 따를 수밖에 없는 길이다’(논어). 물의 이미지를 통해 도의 철학적 개념을 만들어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