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베스트 밀레니엄]和 데카르作 「막스 하벨라」

  • 입력 1999년 6월 22일 21시 14분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런던에서 열린 외교관들의 리셉션에서 향기가 좋은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동양인 사내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이름은 아구스 살림. 서구식 교육을 받은 최초의 인도네시아인 중 한 사람인 그는 최초의 영국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였다.

사람들은 그가 피우는 그 향기로운 담배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한 신사가 그에게 물었다. “지금 피우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살림이 대답했다. “서양 제국이 세계를 정복하는 계기가 되었던 물건입니다.”

그가 피우고 있던 것은 수백년 동안 온 세계 사람들이 너무나 갖고 싶어했던 향료 중 하나인 정향을 가미한 인도네시아 담배 크래텍이었다.

지난 1천년 동안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사건 두 가지를 꼽는다면 서양 여러나라가 향료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낯선 나라와 문화가 서로 접촉하게 된 것과 식민지 백성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그들이 빼앗겼던 권리를 스스로 되찾게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건 중 후자의 것에 계기를 제공해준 것은 지금은 거의 잊혀져버린 소설 ‘막스 하벨라르, 또는 네덜란드 무역회사의 커피 경매’였다. 네덜란드 사람 에두아르드 도우에스 데케르가 물타툴리(라틴어로 ‘나는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뜻)라는 필명으로 1859년에 출간한 이 책은 자바에서 식민지 관리로 근무하는 막스 하벨라르라는 인물의 경험을 그린 것이었다. 이상주의자였던 하벨라르는 네덜란드 정부가 인도네시아 농민들에게 강요하는 강제 경작 시스템을 보고 거기에 대항한다.

인도네시아는 귀한 향료였던 유두구와 정향 등의 생산지로 처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나중에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되었다. 네덜란드는 향료의 독점 무역에서 생기는 이익을 위해 향료의 생산량을 제한하고 인도네시아 농부들에게 자신들의 경작지에서 생산한 것의 일부를 식민지 정부에 강제로 바치도록 했다. 또 농부들이 다른 마을로 이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만들었다. 따라서 기근이닥치면농부들은도망갈 길이 없어 속절없이 죽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전 식민지 관리였던 데케르가 발표한 소설 ‘막스 하벨라르’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미국 노예제도에 미쳤던 영향만큼이나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D H 로렌스는 1927년에 출간된 이 소설의 영역판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막스 하벨라르’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같은 선상에 서있는 소책자이다…. 네덜란드 정부도 물타툴리의 책 때문에 자바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막스 하벨라르’의 출간에 힘을 얻은 자유주의자들은 네덜란드 정부에 압력을 가해 식민지의 관개시설을 개량하고 식민지 주민의 이주의 자유와 교육기회를 보장해주도록 했다.

아구스 살림은 이런 정책의 혜택을 입은 최초의 인도네시아인 중 한 사람이었다. 학창시절에 ‘막스 하벨라르’를 읽고 식민지 백성의 처지를 깨닫게 된 그는 다른 인도네시아인들과 함께 해방과 자유를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혁명은 아프리카의 식민지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의 식민지 지배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프라모에디야 아난타 토예르(인도네시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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