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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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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영향 적을듯 ▼
미국의 주식 및 채권 시장은 FOMC 발표 직후 잠시 하락세를 보였다가 현재 안정을 되찾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미일간 금리 격차의 심화에 따른 엔―달러 환율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통화 금융 정책은 세계 금융시장, 특히 신흥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단적인 예로는 94년 미국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멕시코 금융 위기를 들 수 있다. 대조적으로 작년 가을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미국의 금리인하는 아시아 러시아 브라질로 이어진 세계 신흥시장의 위기를 치유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자국의 경제 상황보다는 세계 금융 시장의 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단행된 정책이었음을 감안할 때 18일 FOMC 발표는 이제 세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는 선언으로 여겨진다.
금리인상의 시기 및 폭에서 미국은 조심스럽고 점진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리인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화금융 정책 방향을 바꾼다는 이례적인 발표를 한 것도 FRB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준다.
미국은 자국내 인플레이션 추이 및 시장의 동향을 계속 주시하면서 올 하반기에는 실제로 금리 인상에 나서 내년 초까지 연방 기금 금리를 작년 수준인 5.5% 정도까지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정책 기조가 계속된다면 미국의 장단기 금리의 인상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미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 역시 작은 폭의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기본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한다면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해외 자본의 이탈은 자본 유입이 주로 직접 투자 및 주식 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자 지급 부담의 증가 역시 미 금리의 급등이 없는 한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가장 주목할 상황은 미국 금리의 인상 그 자체보다는 그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엔화의 약세와 이로 인한 수출 경쟁력의 약화라고 볼 수 있다.
▼엔貨 약세땐 수출타격 ▼
올들어 두드러진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흔히 내수 소비의 급증세로 인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러 경제지표를 살펴볼 때 수출의 지속적인 성장세도 경제 성장을 계속 뒷받침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1·4분기(1∼3월) 들어 수출 물량 증가는 12.8%에 이르러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6%를 기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엔화 약세의 지속은 곧 한국 수출의 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장애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의 무리한 직접 시장 개입은 자칫 단기자본의 유입 증가를 불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직접적 외환시장 개입보다는 금리인하 등을 통한 원화절상 압력을 간접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경제성장 추세의 유지를 위해 금리인하와 이를 통한 내수시장 부양 필요성이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증해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가정하면 엔―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과 미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출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한국정부의 직접적인 외환 시장 개입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반면 국제 유동성 감소를 감안할 때 금리 인하정책은 쓰기 어려울 것이다.
박진회<씨티은행 서울지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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