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루빈과 「한국형」장관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45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여난(女難)도 많지만 인복(人福)도 많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재무부의 로버트 루빈 장관, 로렌스 서머스 부장관은 클린턴의 인복을 말해주는 ‘경제영웅 3인방’이다. 이들은 미국경제를 ‘저물가 9년호황’으로 이끈 주역이자 아시아발(發)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가지 않도록 진화한 일등공신이다. 만약 이들이 이끈 미국경제가 죽을 쑤었다면 클린턴은 르윈스키 스캔들의 정치적 위기에 좌초했을지도 모른다.

▽클린턴은 12일 마침내 루빈의 사의를 받아들이고 후임에 서머스를 지명했다. 월 스트리트 출신인 루빈은 92년 이후 클린턴의 경제보좌관과 재무부장관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나 개인적 여유를 갖고 싶다며 1년전부터 사임을 희망해왔다. 그의 사퇴 확정 직후 뉴욕 주가가 한때 폭락했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입증한다.

▽올해 44세인 서머스는 16세에 MIT대에 입학하고 28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정교수가 된 천재형 경제학자 출신이다. 월 스트리트는 그런 그를 아직은 루빈만큼 미더워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서머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재무부 부장관으로 평가받으며 의회의 전폭적 신뢰를 얻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을 계기로 조만간 일부 개각을 단행할 모양이다. 김대통령은 ‘경제를 잘 아니까’ 구태여 루빈이나 서머스 같은 인물을 찾지 않아도 될 것인가. 그저 국민회의와 자민련 간의 정치적 산술에 따라, 실패한 전임 해양수산부장관이나 지금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장관 같은 아마추어들로 내각을 채워도 좋을 것인가. 반대당 당원인 그린스펀을 연임시키는 클린턴과는 달리 능력을 떠나 ‘내 사람들’만으로 인사를 해도 좋을까.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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