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日 군사强國化 「너그러운 정부」

  • 입력 1999년 4월 28일 19시 36분


주변사태법안 등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지침(신 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이 27일 일본 중의원에서 통과되자 정부 쪽에 눈길이 쏠렸다. 국내외적으로 일본의 군사활동 증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 입장 표명 유보’라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일본 참의원의 심의절차가 남아 있다. 법안이 확정 발효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게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얘기다.

이는 표면적 얘기일 뿐 내부적으로는 이미 입장을 정리해 놓은 듯하다. 실무 관계자들은 “주변사태법 제정은 일본의 주권에 속한다” “입법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법 시행단계에서 한국의 주권에 관한 부분에 대해 우리와 긴밀히 협의한다면 반대할 생각이 없다” “일본의 움직임은 오직 자위를 위해서만 병력을 사용한다는 ‘전수(專守)방위’의 원칙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중국이나 북한의 반응에 비하면 너무나 ‘너그러운’ 태도다. 중국은 일본이 ‘주변사태’의 범주에 대만을 포함시킬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나섰고, 북한은 “일본이 군사력 증강을 통해 재침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물론 오늘의 일본은 군국주의 시대의 일본과는 다르다. 하지만 정부가 혹시 한미일 공조에 집착한 나머지 일본 군사력과 활동의 실질적 증강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를 포함, 자주국방에 관한 군사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의 군사주권 행사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강력한 일본’의 급부상이 향후 한국의 국익과 안보에 미칠 영향을 냉엄한 자세로 분석하고 ‘할말은 하는’ 자세를 보일 수는 없는 것인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

한기흥<정치부>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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