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대통령의 2세들

  •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11분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탁받는 것인데 권력자의 가족까지 권세를 부리다간 탈이 뒤따른다.중국에서는 80년대 이후 태자당(太子黨)이라 불리는 국가원로의 후예들이 이권개입을 일삼아 골칫거리였다. 거기엔 덩샤오핑(鄧小平)의 아들도 있었다. 세간에는 “한 사람이 출세하면 그 집 닭까지 하늘로 올라간다(一人得道鷄犬升天)”는 자조어가 나돌 정도였다.

▽러시아에서도 수년전부터 ‘크렘린의 여제(女帝)’가 정치문제화했다. 옐친 대통령의 차녀 타티야나 디야첸코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자 야당이 들고 일어난 것. 디야첸코의 공식직함은 대통령의 이미지담당 보좌관이지만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영기업의 사유화 때마다 금융비리에 그녀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지난 19일 옐친의 측근 니콜라이 보르듀자 전행정실장은 “1년여 잔여임기와 퇴임 이후”를 위해 디야첸코의 단죄를 옐친에게 직소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장남으로 현역의원인 홍일(弘一)씨 후원회가 내달 28일 모금행사를 갖는다는 보도다. 김의원측은 작년에도 행사를 가지려다 안팎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취소했었지만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으는 것이 떳떳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행사를 계획한 것 같다. 주최측은 초청자수를 제한하고 고액 후원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무척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의 행사는 보통 의원들 경우와 같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더욱 조심해야할 것 같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씨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모양이다. 그의 비리혐의가 아직 대법원 판결을 남겨놓았고 그후 사면절차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출마설은 가정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의 출마설에 여론은 민감하다. 대통령 2세들의 처신은 세계 어디서나 어려운 것이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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