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동 하회마을]英여왕도 들르는 「문화재 마을」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방한(4월19∼21일)하는 영국 여왕 덕분에 경북 안동이 떠들썩하다. 엘리자베스 2세가 4월 21일 일흔세번째 생일에 하회마을을 들르기 때문이다.

안동과 여왕. 유교적인 양반고을에 ‘납시는’ 근엄한 영국여왕. 무언가 통하는 게 있다.

일요일 오전 6시반 서울 청량리역. 꼭두새벽부터 서두른 덕에 안동하회탈 관광열차 출발(오전 7시)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단잠을 깨워 추운 새벽공기 속에 내몰은 내가 못내 야속하다는 눈치였다. 열차가 안동역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반. 관광객 4백명은 버스에 분승, 안동댐과 안동시립민속박물관을 거쳐 하회마을로 향했다.

버스안에서 들은 이야기 하나, 전국에서 지정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은 경주가 아니라 안동이라는 것.이야기 둘, 경주 유물은 신라시대에 국한되지만 안동에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야기 셋, 2001년은 퇴계 이황(李滉)선생 탄신 5백주년을 맞는 해. 이야기 넷, 안동에 양반이 많은 이유 서너가지(고려말 공민왕의 몽진 등등).

안동명물인 ‘헛제사밥’ (제사도 아닌데 장만한 제사음식상을 일컬음)으로 점심식사를 한뒤 찾은 하회마을. 하회(河回)라는 이름은 편자처럼 땅을 감싸안고 돌아드는 이곳 물길과 지형에서 왔다. 마을안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 간듯 옛스럽고 자연스럽다. 팔작집(八作·네귀에 모두 추녀을 달아서 지은 집) 주변에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현재 고택은 2백50여채. 주민은 1백10가구에 3백여명이다.

류운룡(柳雲龍·조선 선조때 원주목사)선생의 종택 ‘양진당’에서 키 높은 소슬대문은 가마를 탄 채 출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동생인 류성룡(柳成龍·조선 선조때의 명상)선생 고택인 충효당의 넓은 대청에서 초가집에 쪽마루 한쪽도 없는 이유가 ‘휴식은 양반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엘리자베스여왕은 생일에 이 집에서 차를 한 잔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행(一字行)구조의 류시주(柳時柱·50)씨 가옥에는 나란히 붙은 안방과 사랑방 사이에 둔 ‘내외(內外)담’도 있다. 그 뒷 집은 탤런트 류시원의 아버지가 70년대 지은 집, 담연재.

마을입구 마당에서는 하회 별신굿탈놀이가 공연된다. 탈바가지 속에서 양반을 향해 내뱉는 해학적인 욕설과 풍자 그리고 허위허위 내젖는 춤사위. 쪽마루 위에서 잠시 쉬는 것마저도 허용치 않은 양반에 대한 분노를 놀이굿으로 승화시켜 허허로이 웃어삼킨 선인들의 지혜와 너그러움이 느껴졌다.

귀로에 고려시대 목조건물인 봉정사의 극락전, 풍기 인삼시장을 들른다. 청량리역 도착은 오후 10시25분.

〈안동〓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관광열차패키지

안동 하회탈관광열차(하루일정)는 11월까지 매달 두차례 운행된다. 이 달은 21일, 4월에는 4, 18일. 가격은 3만7천6백천원(어린이 2만5천3백원). 두끼식사포함.080―226―2000(서울,경기수신자부담전화) 0572―639―2206 영주전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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