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오세영 「제자리」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26분


급류(急流)에

돌멩이 하나 버티고 있다.

떼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안간힘 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잎처럼

풀잎처럼

흐르는 물에 맡기면 그만일 텐데

어인 일로 굳이 생고집을 부리는지.

하늘의 흰구름 우러러보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서 그런다 한다.

이제 보니 계곡의 그 수많은 자갈들도

각각 제 놓일 자리에 놓여있구나. 그러므로

일개 돌멩이라도

함부로 옮길 일이 아니다.

뒤집을 일도 아니다.

―월간 ‘문학사상’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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