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南北 Y2k 군사회담

  • 입력 1999년 2월 12일 19시 21분


지난해 나이키 미사일 오발사고 때 처음엔 군 기강 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다가 미사일이 날아간 방향이 북쪽이었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군 기강이 문제가 아니라 전쟁을 촉발하는 위기의 순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우발적 군사충돌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실감한 것이었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미사일이 북쪽을 향해 오발되지 않았으며 공중에서 자동 폭발되는 안전장치가 있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만의 하나 뜻밖의 변고가 없으리라고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일이다. 첨단무기일수록 컴퓨터 오작동 위험이 크다. 더구나 컴퓨터의 2000년대 인식오류로 인한 Y2k 혼란이 무기체계에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군사문제 연구기관들은 남북한의 군사력을 세계 6, 7위로 평가한다. 가공할 화력이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컴퓨터 오류로 미사일이 발사되면 어처구니없는 재앙이 뒤따르게 돼 있다. 북한이 유엔사와의 장성급회담에서 무기체계의 Y2k문제 협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 그런 인식 때문이라면 다행스럽다. 군사회담이 열릴 경우 Y2k협의에 그치지 않고 신뢰구축의 장으로 발전돼야 한다.

▽무기의 Y2k 점검만으로는 우발적 사고에 대한 대책이 못된다. 실수가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호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핫라인이 필요하다. 남북한이 군사 핫라인 하나도 갖지 못한다면 운명을 우연에 맡긴 것이나 진배없게 된다. 이미 남북기본합의서에 군사 핫라인 설치가 규정돼 있다. 실천하는 것이 문제다. 군대는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금언을 확인하는 군사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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