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여권의 「사직동팀」 인식

  • 입력 1999년 2월 10일 18시 59분


“사직동팀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김대중대통령이 사직동팀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네요.”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에 대한 보도가 나간 9, 10일 동아일보에 전화를 해 온 시민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였다.

한 경찰관은 “우리들 내부에서도 DJ가 대통령이 됐으므로 사직동팀이 해체될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직동팀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에는 한 때나마 자신이 특정인의 계좌를 불법 추적하고 뒷조사를 했던 데 대해 괴로워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에서 보여준 인식은 조금 달랐다.

그는 “현 정부에서는 사직동팀이 법률에 따라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해 팀 존속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고 특히 쟁점인 지휘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변인이 말한 ‘정상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논쟁하고 싶지 않다. 사실 과거의 비행으로 인해 현재의 팀이 욕먹고 있는 측면이 있고 또 그의 말대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대목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취재팀이 만난 많은 전, 현직 관계자들은 조사과가 청와대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고 있음을 분명히 해줬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박대변인의 이같은 인식이 어쩌면 팀의 기능과 존속이유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막는 또 하나의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우려를 떨치기 어려웠다.

문제의 본질은 사직동팀이 언제라도 정권안보의 첨병으로 동원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박대변인은 이 점을 봐줬으면 한다.

윤종구〈사회부〉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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