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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26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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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徐載哲·32)생태보전부장을 비롯한 녹색연합 회원 20명이 높이 50m가 넘는 거대한 바위벽을 타고 있었다.
모자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회원들이었지만 살을 에는 찬바람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그나마 너무도 아름다운 갈참나무숲을 위안삼아 조심스레 접근한 6백m 능선. 드디어 야생동물을 겨냥해 밀렵꾼이 설치해 놓은 올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날 하루 이들이 수거한 올무만도 2백여개. 올무에 걸려 몸통은 사라지고 목만 남은 너구리와 뼈만 앙상한 오소리도 여럿 발견됐다.
점심으로 가져간 김밥이 얼어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지고 날카로운 철사에 장갑이 찢어지기 일쑤였다. 급경사에서는 두려움에 몸을 사려야만 했다.
그래도 이날 ‘환경 지킴이’들은 환경보전을 위한 현장활동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전국습지보전연대회의 김경원(金敬源·30)간사는 4일부터 일주일 동안 지역 환경단체인 해남포럼 회원 등 10여명과 함께 전남 일대의 갯벌을 누비며 강행군을 했다. 우거진 갈대밭에서 이들은 도요 물떼새 등 새들의 숫자와 서식현황을 살폈다.
10일에는 전남 해남군 신이면에서 영국에서 온 조류 전문연구가 닐 무어스와 함께 가창오리를 16만8천마리까지 세었다.
김간사는 3월 초까지 20차례 이상 전국의 갯벌을 현장조사할 계획이다.
세차게 불어대는 차가운 해풍을 맞으며 시큼한 냄새가 나는 진흙뻘을 누비는 현장작업은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새해 초부터 혹한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단체들의 현장활동이 활발하다.
활동 내용도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현지 답사에서부터 정부정책의 현장 점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녹색연합 서부장은 2월1일부터 3월 초까지 강원 태백산에서부터 부산 다대포까지 3백80㎞ 구간을 종주할 예정.
야생동물의 서식지 조사를 위해 등산로도 없는 산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동한다는 계획이다.4명의 대원도 동행한다.
서부장은 “환경탐사 현장은 갈수록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해야 할 일을 지적해 준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올해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전국습지보전연대회의와 함께 현지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대회의 회원들은 15, 16일에는 환경분야에서 권위있는 골드만상의 98년 수상자인 야마시타 히로후미 등 일본인 습지보전 운동가 15명과 함께 영종도 금강 하구 새만금 등의 갯벌 보존상태를 조사한 뒤갯벌보존 캠페인도 벌였다.
정부정책의 현장점검도 환경운동단체들의 올해 중요한 활동.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경실련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국회의원들의 그린벨트내 토지소유현황을 공동 조사해 20일 발표했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와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얽혀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용(崔禮鎔·34)총무국장은 “국내 환경운동에서 정책 대안의 중요성이 대두해 있기는 하지만 현장을 발로 뛰면서 검증하는 활동의 중요성도 당분간 계속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환경운동단체들은 올해 새만금간척지 건설중단 및 동강댐건설 반대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한편 자연환경의 현황과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누빌 계획이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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