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은희/『과외않고 혼자 공부 기특하구나』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54분


단비야, 키가 작아서 가방이 어깨 뒤로 넘어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학년이 되었구나.

엄마는 요즘 너의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고 대견한 생각이 들면서도 제대로 뒷바라지 못해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단다.

네 친구들은 어려운 IMF 시대에도 과외공부 때문에 눈코 뜰새 없는 모양이더라. 그런데도 너는 친구들에게 학원비를 일일이 조사한 뒤 너무 비싸 다니지 않겠다고 말했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문제집 열심히 풀면 된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책도 더 열심히 읽고 시간도 아껴쓰겠다며 “어려울 땐 학원비를 아끼는 것도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것 아니예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네가 ‘애 늙은이’ 같다는 생각도 했다.

요즘은 신문을 읽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보면 열심히 스크랩을 하더구나. 신문을 가위로 오리는 모습을 보면 너무 진지해 가슴이 뭉클하단다. 스크랩을 모아두었다가 중고등학교에 가서 다시 보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더라.

그러나 단비야, 엄마는 학교공부도 중요하지만 네가 앞으로도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식들 때문에 속썩이는 부모들도 많다는데 넌 언제나 엄마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었어. 얼굴도 예쁘지만 예의 바르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씨가 더 예쁘지. 푸른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씨를 커서도 고이 간직했으면 좋겠다.

올 한해도 몸 건강하고 올바르게 커 주길 엄마는 기도한다.

이은희(대구 달서구 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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