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로貨 당당한 등장

동아일보 입력 1999-01-05 19:11수정 2009-09-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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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유럽의 화폐 유로가 성공적인 첫선을 보였다. 유로는 거래 첫날인 4일 시드니에서 뉴욕에 이르기까지 국제금융시장에 당당히 입성해 기준가격보다 훨씬 높은 대접을 받았다. 2차대전 이후 제왕처럼 군림했던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 달러가 유로에 밀려 약세를 보이는 모습은 세계경제의 대변혁이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유로의 등장은 달러독주 시대의 폐막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지난 50여년간 국제교역이나 금융서비스에서 거래의 기준이 되고 가장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았던 달러의 역할 중 일부가 유로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달러화를 통한 미국경제의 세계지배도 앞으로 유로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통합유럽의 경제가 활발해져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국제사회에서 유럽공동체의 위상도 그만큼 격상될 전망이다.

그렇게 될 경우 유로의 등장은 장기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안보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큰 흐름에 괄목할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히 상거래 차원에서 유로의 등장을 분석하기보다 그것이 미치는 2차적 영향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하겠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국가경영 전략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과 일반기업들의 유로거래 대응책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유로체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됐다. 그러나 우리는 환란의 와중에서 이에 깊이있게 대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외환시장에서의 유로거래를 당분간은 남의 일처럼 지켜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관자가 치러야 할 대가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초반부터 흐름을 읽고 우리의 위치를 잡아가는 능동적 자세가 요구된다.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도와주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유럽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대기업들이야 변화에 스스로 적응할 능력이 있겠지만 중소 수출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예상되고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지를 중소기업에 알려주고 지원해주는 정부차원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변화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럽 11개국이 동시에 화폐개혁을 하는 것과 같은 역사적 상황은 바로 그런 변화중 하나다. 20세기 세계경제사의 가장 극적인 전환점일 수 있는 유로의 등장은 그만큼 많은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벌써 유로강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의 경제위기도 조기에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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