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현옥/뜨개질 배우는 막내딸에게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39분


예쁜 털실과 대바늘 두개를 막내가 사들고 왔다. “엄마, 학교앞 문구점에서 제가 사왔어요.” 그동안 동전을 모으더니 털실을 사려고 했던 모양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목도리를 만든다며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였는지 어서 빨리 뜨개질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채근이다. 아무리 알려줘도 손에 안익어 코가 빠지고 엉키고…. 결국 포기했는지 털실을 내 무릎에 올려다 놓는다. 한코 한코 뜨면서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엄마가 너만 했을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겨울이 될 즈음엔 꼭 털실로 조끼와 양말을 떠 주셨단다.” 우리집 꼬마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와, 엄마는 좋았겠다”하며 자기도 이번 겨울엔 엄마가 떠준 목도리와 모자를 꼭 하고 싶단다. 예전엔 모든 가정에서 뜨개질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한번 쓴 털실도 그 다음해엔 다시 풀어 새로운 것을 뜨며 긴 겨울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펼쳤다. 그런 따스함을 털실에 옮겨 한코한코 떠간 여고시절도 생각난다. 이제는 눈도 침침하지만 오랜만에 뜨개질을 하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털실을 한코한코 떠가며 지난날의 포근함에 빠져보면 이 겨울도 춥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현옥(경기 고양시 덕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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