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예절 바른아이(1)]맹목적 「내자식 제일주의」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버릇없는 아이들로 넘쳐 난다. 아이의 기(氣)를 살린다며 야단도 안치는 게 작금의 풍조. 이 아이들은 직장에 들어와서도 ‘버릇없는 사원’이 돼 ‘퇴출 0순위’로 꼽힌다. 도덕성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선진화의 문턱 넘기는 어림없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아이의 버릇은 결국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 ‘밥상머리교육’을 시리즈로 싣는다.》

주부 진영희씨(38)는 프랑스 파리에 살 때 한 중산층 가정에 초대받았다. 식사 중에 5세 아들이 후식으로 준비한 케이크에 마구 손을 대려하자 프랑스부모는 두세번 주의를 줬으나 자꾸 보채자 아이를 방으로 쫓아버렸다. 진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식사 중에 떠들고 장난치는 것을 그냥 뒀는데 속이 뜨끔했다고 말했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밥상예절에 관대한 편이다. 잘 먹기만 하면 된다는 맹목적인 사랑 탓. 숫가락을 들고 이리저리 아이를 따라 다니며 “밥 좀 먹으라”고 ‘통사정’하는 것은 보통이고 한군데 붙잡아두기 위해 만화비디오를 틀어놓고 밥을 먹이기도 한다. 이렇게 큰 아이는 자신밖에 모른다.

‘크면 어련히 다 알아서 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천만의 말씀. 회사원 정명석씨(39)는 요 몇년 사이 상사보다 먼저 수저를 드는 직원이 늘었다고 말한다. 그는 ‘기본이 안돼 있는’ 부하직원을 그 자리에서 혼낸다. ‘혹시 내 아이는…’하는 생각에 정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가족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아이들에게 ‘밥상예절’을 가르친다.

성균관 이승관전례위원장은 “옛날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게 달랐겠느냐”라며 “옛날 밥상머리 교육이 엄격했지만 예의바른 인간으로 자라도록 하려는 사랑이 그 바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예절과 지혜를 식탁에서 배웠다고.

유아교육전문가들은 식탁예절은 3세부터 가르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밥을 흘리고 쏟고 주위를 어지럽히지만 그래도 혼자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량. 양이 많으면 밥을 먹다 딴 짓을 하기 쉽다. 이화여대 이기숙교수는 “아이가 배고프다고 해도 식탁을 다시 차리지 않는 등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식탁에 앉을 때는 팔굼치를 올리지 않고 벽에 기대지 않는 등 부모가 시범을 보인다. 식사 때는 “다른 사람도 너처럼 맛있는 반찬을 먹고 싶을 테니까 나눠먹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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