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레이더]궁지몰린 탕자쉬안 中國외교부장

  • 입력 1998년 11월 29일 20시 07분


중국외교의 책임자인 탕자쉬안(唐家璇·60)외교부장이 ‘말 실수’로 취임 8개월여 만에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을 수행해 일본을 방문중인 그는 27일 한 회견에서 “중국정부는 이미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민간도 역시 배상을 요구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논리는 국제법에 따르면 국가와 민간은 동일체이므로 민간 역시 국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

중국정부는 72년 중일 국교수립 때 공동성명에서 대일배상요구 포기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공동성명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민간배상문제는 사안이 다르다는 것.

탕부장의 발언은 96년 6월 당시 선궈팡(沈國放)외교부대변인이 “민간에 대해서는 일본정부가 일정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기존입장과도 배치된다.

이 발언내용이 전해지자 홍콩의 관련단체들은 “피해자인 우리 동포쪽에 서야 할 외교부장이 일본 우익정부 쪽에 서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인사들은 홍콩주재 중국외교부 사무실에 몰려가 “국제법도 잘 모르는 탕부장이 외교부장의 자질이 있는가”라며 “발언에 책임지고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탕부장은 장주석이 25일 일본방문을 시작하기 전 일본과 과거사 사죄문제를 사전절충하면서 ‘일본이 구두로 사과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가 장주석에게 꾸지람을 듣고 이를 취소한 바도 있어 잇따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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