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화시대 「컴맹」장관들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정보인프라는 갖춰졌으나 활용은 낙제점이며 관료들의 정보화마인드는 더욱 한심한 수준이었다. 동아일보가 언론사상 처음으로 17개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정보화평가 결론이다. 이번 평가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정부 각 부처의 정보화 수준과 경쟁력을 가늠해 보고 앞으로 더욱 활발한 정보화 추진을 촉진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동아일보가 재작년과 작년에 실시한 대학정보화 평가가 캠퍼스의 정보화 붐을 불러 일으켰고 1년 사이 눈부신 도약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내년 확대 실시될 정부정보화 평가에 대한 기대 또한 자못 크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국가 정보화의 당위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보화 추진의 기본목표는 한마디로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그중에서도 공공부문 정보화는 행정능률의 제고와 행정서비스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다. 이른바 ‘전자정부’를 구현하고 행정정보의 공유와 활용을 통해 정부의 고객 지향성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가 추진중인 행정개혁과도 직결되어 있다.

정부는 이미 범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화 추진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5년까지 총 45조원을 투입, 초고속정보통신망 등 정보통신산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전자정부의 구현과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정보화계획의 추진방향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어려운 재정여건 하에서도 내년도 정보화 예산을 올해보다 28%나 늘어난 1조3천7백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정보화의 성패 여부는 인프라가 아니라 활용도에 달렸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정보자원관리자(CIO)의 정보화 의식이 좌우한다. 더욱이 각 기관 최고 책임자의 정보화 리더십은 결정적이다. 그런데도 관료들의 정보화 마인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워드프로세서도 못쓰는 컴맹장관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보화의 진정한 의미조차 모르는 장관이 정보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국가기간전산망으로는 행정 금융 교육 국방 종합물류 산업정보망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행정망 활용을 통한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국민생활의 편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를 위한 전산망을 비싼 돈 들여 갖추어 놓고도 제대로 활용조차 않는다면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 앞으로 행정개혁의 기본방향은 정보화와 국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능력 향상에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구조와 관리 또한 그에 맞게 조율되어야 한다. 관료들의 정보화 마인드가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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